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30분 정도 가면 곽지해수욕장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협재해수욕장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이호해수욕장이 있다. 곽지 해수욕장은 해안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파도도 그리 높지 않다.
물이 빠지면 해수욕장에서 차가운 용천수가 솟아난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이 샘물은 몸을 씻는 것은 물론 식수로도 이용된다.
곽지해수욕장 서쪽 끝에 애월빵공장이라는 빵집이 있다. (애월읍 금성5길 42-15 203호) 그 애월빵공장 넘어가 바로 제주도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신앙공동체가 형성 되었던 금성리이다.
금성리 일대는 제주 기독교 초기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금성리는 제주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무대의 전면에 부상하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일이 없는 곳이었지만 신앙공동체가 형성되고 교회가 생겨나면서 이곳에서 신앙생활 하던 어린아이가 제주도 출신으로 최초의 목사가 되고 순교자가 되었다.
또한 이곳 금성리 신앙공동체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조봉호는 독립운동가로 활동하였다. 그가 제주도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것은 사라봉 모충사에 있는 기념비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금성리에는 뜻있게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베어 있다. 살을 베어내는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처절하게 신앙을 지키겠다는 믿음도 엿볼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키워낸 진주같은 무형의 유산이 지금도 숨쉬고 있고, 저항과 항쟁의 소용돌이에서 꿋꿋하게 살아낸 강인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제주 순례 여행의 일번지는 바로 금성리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금성교회로 들어서는 일주서로에 서면 완만한 산등성이의 여린 곡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렇다 바로 한라산과 오름들이다.
오름은 제주에서 쓰는 산의 다른 말이다. 오른다거나 오르막길을 줄여서 오름이라 하는 것이니까 넓게 보면 제주도 전체가 하나의 오름이라 할 수 있다.
또 원나라 사람들이 이곳에 말과 소를 키우면서 산을 ‘ula, ulain, oroi, ala, alin, oro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옛 그림 따라걷는 제주길, 최열, 서해문집, 2012,38쪽)
오름을 모두 오름이라 부르는 것은 아니다. 한자말로는 산방산처럼 산, 어승생악처럼 악, 원당봉처럼 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제주어로는 왕이메처럼 메, 좌보미처럼 미, 따라비처럼 비, 용눈이처럼 이, 다랑쉬처럼 쉬라고 불린다.
제주시에 210개, 서귀포시에 158개 모두 368개가 있다고 한다. 하루에 하나씩 오르면 1년이면 제주도의 거의 모든 오름을 다 오를 수 있다. 제주도에서 1997년에 펴낸 <제주의 오름>을 보면 오름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오름을 뒤로 하고 금성교회로 향하다 보면 양쪽으로 돌담길을 마주하게 된다. 제주도는 돌이 많은 곳이다. 제주도를 삼다도라 부르는 이유도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아 그렇게 부른다.
담이라고 해서 다 같은 담이 아니다. 담에 종류도 많다. 길담, 올레담, 밭담, 집담, 산담(묘지), 원담(바다에 물고기를 잡으려 놓은 담)등 그 쓰임세에 따라 부르기도 하고 외담, 겹담등 담이 놓여진 형태에 따라 달리 부르기도 한다.
돌이 많다는 것은 이렇게 여러 종류의 담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기에는 힘들다는 것이다. 땅이 온통 돌밭으로 이루어졌기에 거기에 뿌리를 내리기도 쉽지 않고 재질이 현무암이라 물이 금방 빠져버리고 만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느끼는 법이다. 제주의 돌을 시각적으로 경험해 본 사람과 삶으로 경험해 본 사람은 정서 반응의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 길에서 서서 걸어보는 것이 매력적인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성교회로 들어가는 길을 걸으며 제주의 밭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밭은 황토로 이루어진것이 대부분이지만 이곳 금성리의 밭은 검은빛이 많고 더군다나 모래까지 섞여 있어 과연 이곳에서 식물들이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그만큼 제주의 밭은 척박하다는 것이다.
금성교회 지붕에서 애월 바닷가에 해무가 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무언가가 이곳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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